by 강민지
August 8th, 2018

 

남들 앞에서 해야 하는 ‘두려운’ 발표, 어떻게 하면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생방송을 앞두고 있는 뉴스룸과 편집실, 부조정실은 늘 전쟁터다. 온에어 싸인에 빨간불이 들어오기 직전까지도 영상 편집이 진행되고, 뉴스 아이템의 순서가 갑자기 바뀌기도 하며, 현장에 나가있는 기자와의 연결 상태 확인을 위해 분주하다. 하지만 이런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도 앵커 앞에 놓인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면 어느덧 안정감을 찾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뉴스는 여러 번의 편집 회의를 거쳐 앵커의 머리 속에 그 구성이 탄탄하게 잡혀있고, 이미 숙련된 전달 기술로 진행 자체에 대한 두려움은 없으며, “앵커”라는 타이틀로 집중되는 존재감도 확실하다.

뉴스 앵커, 진행자, MC 등 전문 인력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직장인은 적어도 한 두 번쯤 사람들 앞에서 발표(present)해야 하는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회사를 대표하는 위치에서 전 직원들에게 연설하는 것일 수도 있고, 협력사와의 미팅 중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해야 하는 자리이거나, 브랜드 매니저가 신제품을 공개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남들 앞에서 발표해야 하는 ‘기회’가 생긴다면 아래 세 가지 포인트를 기억하며 준비하도록 하자.

스피치

 

스토리 구성하기 (Frame Your Story)

말하고 싶은 것을 개념화하고 구성하는 것은 발표 준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스토리를 여정(旅程/journey)에 비유한다면, 발표자는 청중을 리드하여 하나의 여정을 완성시키는 임무를 가진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여정을 짤 때 가장 큰 결정은 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느 지점에서 끝낼 지를 정하는 것이다. 시작하기에 적절한 포인트를 찾으려면 사람들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어느 정도의 관심을 갖고 있는 지를 파악해야 한다. 듣는 사람은 준비되지 않았는데 너무 많은 전문 용어를 사용한다 거나 기술적인 내용에 집중한다면, 이미 시작부터 청중의 흥미를 잃게 될 것이 뻔하다. 주제를 빠르게 소개하고 왜 이 주제에 대해 얘기하고자 하는 지에 대해 설득할 수 있는 지점을 시작 포인트로 잡아야 한다.

초안을 작성할 때 가장 쉽게 범하는 실수는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한 번의 발표로 모든 것을 요약할 수는 없다. 내가 아는 모든 것을 벼락치기로 정리하려 하면 핵심 세부 사항을 포함할 시간이 없어지고, 청중이 이해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표현이 많아지며 주제가 불투명해진다. 구체적인 예시를 사용해 주어진 시간 내에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는 범위로 발표 내용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패한 발표는 대체적으로 발표자가 제대로 된 틀을 정하지 못했거나, 청중의 관심도를 잘못 판단했을 때 발생한다. 아무리 발표 주제가 중요한 것일지라도, 이야기의 구성에 소홀했거나 청중이 기억에 남을만한 지점을 짚어주지 못한다면 성공적인 발표로 기억되기 어렵다.

 

내용 전달의 기술적인 방법 (Delivery Tactics)

스토리의 프레이밍이 끝나면 이제 전달에 집중할 차례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내용을 스크립트 형식으로 만들어 프롬프터 등을 사용해 전제적으로 읽어 내려가는 방법이고, 둘째는 발표 내용을 스크립트화 하는 대신 각 섹션에서 말하고자하는 것을 주요 단어나 표현 등으로 배치해 일련의 글 머리 기호로 정리하는 방법이며, 마지막으로는 모든 내용을 암기해서 발표하는 방법이다.

첫번째 방법은 될 수 있으면 권하지 않는 방법이다. 방송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프롬프터를 사용할 때에도 가급적 거기에 의존하지 않을 것을 강조한다. 프롬프터를 다루는 데 정말 능숙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청중은 발표하는 사람이 무언가를 읽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챌 것이며, 그걸 감지하자마자 듣는 태도가 바뀔 것이다. 화자에 대한 친밀감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발표 내용을 지나치게 공식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공감대 형성이 어려워 진다.

두번째는 흔히 권장하는 방법이나 많은 노력과 시간 투자가 요구된다. 일정 시간 이상의 훈련을 통해 이미 설정해 놓은 스토리 구성 안에서 주요 단어에 착안하여 주어진 시간에 맞춰 얘기를 풀어내는 방법이다. 모든 발표가 사전에 시간 투자할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노트 카드에 글 머리 기호로 표기하고, 각각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시각화 해서 한 아이템에서 다음 아이템으로 전환하는 데 집중한다면, 충분한 시간이 없더라도 어느 정도는 훈련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발표할 내용을 암기하기로 결정했다면 어색함을 떨쳐내는 연습도 반드시 함께 해야 한다. 발표하는 사람이 암기한 내용을 기억해 내려고 하는 순간만큼 청중을 어색하게 만드는 건 없을 것 같다. 기억을 더듬는 순간, 우리는 본능적으로 잘못된 방향을 응시한다거나 눈을 위로 향하게 하는 등 보는 사람이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로 어색한 순간을 연출하게 된다. 어색함에 맞서 싸울 용기가 없다면, 발표를 위한 암기는 지양하는 것이 좋다.

스피치2

 

존재감 개발 (Develop Your Presence)

경험이 부족한 발표자의 경우, 남들 앞에 서서 손짓으로 표현하는 것조차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동시에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바디랭귀지에 대해 과하게 인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발표 내용의 실체에 집중하기 보다 서있는 방식이나 제스처 등을 고민하다 보면 오히려 발표자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멍석이 깔려있는 자리에서 내 존재감을 발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내용에 집중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 중의 하나는 몸을 너무 많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몸을 좌우로 흔들거나, 한쪽 다리에서 다른 쪽 다리로 체중을 옮기면서 몸을 비틀거나 하는 자세는 긴장했을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들이기는 하지만, 청중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고 발표자의 존재감을 약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발표하는 도중 주어진 무대를 자연스럽게 휘저으며 걸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서서 손짓에 의존하는 것이 현명하다.

발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 치는 것이다. 청중의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바라보는 방향에서 골고루 5개의 지점을 골라, 거기에 위치한 5명의 청중을 향해 이야기하면서 눈을 바라보는 방법이 있다. 그들을 1년 동안 보지 못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최근 나의 상황에 대해 알려준다는 마음으로 시선을 보내는 것이다. 발표에 있어서 적절한 시선 처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무기이며, 무엇보다도 발표자의 존재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충분히 준비 할 시간이 없어 스크립트를 거의 읽으면서 발표해야 한다 하더라도, 가끔씩 고개를 들어 청중의 시선을 마주 치는 것만은 잊지 말아야 한다.

또 하나의 커다란 장애물은 말하기 전과 발표하는 동안의 긴장감이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긴장감을 해소한다. 발표 전 청중이 될 사람들과의 가벼운 대화를 통해 친밀감을 높여서 긴장감을 낮추는 방법, 미지근한 물이나 카페인이 없는 차를 마시며 몸의 근육을 이완시켜 신체적인 긴장을 푸는 방법도 있다. 또한 가장 단순하면서도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가볍게 여기는 방법이 있다. 바로 크게 한번 심호흡을 하는 것. 발표하기 전 깊이 숨을 들여 마시고, 그 이후 본인의 호흡을 잘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긴장의 속도를 크게 늦출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점은 긴장하는 것에 대해 너무 많은 걱정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긴장한다는 건 잘못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청중은 적당한 긴장감을 기대하고 있을 지 모른다. 자연스러운 신체 반응을 거스르려고 노력한다면, 거기에 들어가는 에너지에 발표자는 이미 균형감을 상실하게 된다.

 

Minji Kang | Account Director
Weber Shandwick Korea

 * 필자 강민지 부장(Account Director)은 아리랑TV의 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해 앵커로써 대담 프로그램 및 뉴스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으며 다양한 발표 영역에서의 전문성을 쌓았다. 특히 2018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의 대변인으로 활동할 당시,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브랜딩, 홍보/마케팅 프로모션을 담당했으며, 조직위를 대표하여 IOC(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와 IPC(International Paralympic Committee)의 총회 프리젠테이션 및 내외신 기자회견 등을 진행했다. 강부장은 현재 웨버샌드윅에서 마케팅 PR, 해외 PR, 이슈관리 및 디지털 콘텐츠 마케팅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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