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손희동
February 22nd, 2017

[者記PR] 기자들이 외면하는 보도자료 쓰는 8가지 방법

 

10년간의 기자생활을 뒤로 하고 PR업계에 입문한지 어느덧 3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면 PR과는 여전히 밀당 중인 제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기자라는 배경탓인지 가끔 동료들이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물어 봅니다. 아는 척을 하자니 거짓말을 할 수 없고, 모른다고 하자니 면이 서질 않습니다. 이에 병아리 PR인이라는 사실을 잠시 망각하고 멸사봉공, 임전무퇴의 자세로 제가 아는 것, 하나씩 끄집어 내 짚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그 끝만은 초라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이달 초, 입사 이후 처음 보도자료 작성과 배포를 진행한 홍보만 대리는 지금 실의에 빠져 있습니다. 나름 신경써서 한다고 했는데 커버리지가 저조한 것은 물론, 주요 매체 기자들은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았습니다. 회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템 이었던지라 여기저기서 ‘도대체 뭐한 거냐’는 화살이 빗발쳤습니다. 홍 대리를 적극 추천한 사수 오덕후 과장도 좌불안석이긴 마찬가지입니다. 홍 대리가 나름 글 솜씨가 있었고, 자신감도 있어 보여 일을 맡겼는데 결과를 보니 좀더 꼼꼼하게 보지 못 했던게 후회됩니다. 내가 이러려고 홍보를 하나 자괴감도 들고. 오 과장과 홍 대리는 뭐가 문제였을까 다시 한 번 살펴보기로 합니다.

 

ㅇ

보도자료는 써야겠고, 뭘 써야하는지는 모르겠고…

 

  1. 팩트는 뒷전, 수식어 남발

보도자료를 쓰다보면 욕심이 앞서다 보니 주객이 전도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뛰어난 기능과 세련된 디자인’, ‘오랜 전통과 진보된 기술력’, ‘우아하면서도 섬세한 움직임’, 말은 그럴 듯 하지만 와 닿지가 않는다는 게 한계입니다. 그 보다는 ‘미국 FDA의 12단계 검증을 모두 거친’, ‘독일품질관리협회가 인증서를 내준 최초의 한국제품’, 장영실상을 업계 최초 5년 연속 수상한’ 등의 수식어가 좀 식상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설득력이 있습니다.

 

  1. 우리만 중요한 이슈

적어도 보도자료로 배포되는 내용은 회사 입장에선 굉장히 주요한 이슈입니다. 하지만 일반 독자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직원이 총출동해 제주도에서 워크숍을 하든, 사내 경연에서 나와 제일 친한 이웃 부서 김 차장이 1등상을 받든, 사내 복지 차원에서 전 직원에게 의료비가 지급돼 가계 부담이 덜어진다 한들, 우리 회사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평범한, 대한민국 어느 기업에서나 벌어지는 일상의 연장입니다. 나 아닌 다름 사람 혹은 조직, 시장,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없는 한 어디까지나 ‘so what?’ 일 뿐. 물론 가끔 예외인 기업도 있기는 합니다.

2

 사장님 말씀은 기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나의 말씀은 기사가 안됩니다.

 

  1. 읽기 어려운 만연체

‘이것이 마지막 아침이라고 혼잣말하는 기분이란 도저히 형용할 수가 없다오. 얕은 잠속에서 흐릿한 꿈을 꾸는 것과 비슷하다오.’

로테에게 버림받은 베르테르는 자살을 결심하고 로테에게 이와 같은 구절로 시작하는 마지막 편지를 씁니다. 사랑에 몸부림치다 결국 생을 마감한 남자의 처절함이 곳곳에 드러나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보도자료는 문학작품이 아닙니다. 흥분해서도 안되고, 낭만적일 필요도 없습니다. 있는 사실 그대로 묵묵히 적어 내려가야 합니다. 언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 왜. 이것만 있으면 됩니다. 나머지는 기자와 독자의 몫.

 

  1. 외래어의 향연

‘엘레강스하고 뷰티풀한 럭셔리하면서 센티멘털하고 엣지있고 그로테스크하면서 아방가르드한…’ 돌아가신 앙드레 김 선생님 생전, 많은 코미디언들이 김 선생님의 말투를 흉내 내면서 그 분이 즐겨 쓰시던 패션 용어(?)를 웃음의 소재로 삼곤 했습니다. 김 선생님이니까 그런 말씀도 하실 수 있겠지만 일반인이 보기에는 소화하기 어려운 회화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적어도 일반적인 한국인 입장에서는 ‘우아하고 아름답고, 명품의 감정을 표현하면서 뭔가 독특한…’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게 자연스럽겠지요.

3

 추억은 드라마나 다큐멘터리일 순 있어도, 뉴스는 아닙니다.

 

  1. 추억은 뉴스가 아니다

NEW: NOT EXISTING BEFORE, , 새로운, 전에는 없던 것이 최근에 만들어졌거나 도입되었거나

뉴스의 뜻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봅니다. 어제의 일은 물론이고, 일주일 전, 한 달 전, 일년 전의 일은 뉴스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 일어난 일, 지금 막 벌어진 사건, 현상이라고 해서 모두 다 뉴스는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면 그 것 역시 뉴스는 아닌 것. 뉴스의 정의란 이렇듯 심오하고 오묘합니다. 뉴스란 횟감과 같습니다. 보통 생선은 잡은 지 며칠 지나면 횟감으로 가치가 없습니다. 지금 막 건져 올린 광어라도 이미 쉰내가 팍팍 난다면 버려야 합니다. 다만 잘 숙성돼 연한 질감을 놓치지 않고 있다면 한 상 차려 접시에 올려도 무방할 것입니다. 과거의 일이지만,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았다면 뉴스로써의 가치가 있다 하겠습니다. 국정농단은 과거지만 아무도 몰랐기에 뒤늦게 나와도 뉴스가 되는 것처럼.

 

  1. 성과는 있는데 통계가 없다?

회사의 해외 수주 실적을 공표했는데 금액이 없다면 기자들은 물론이고 일반 독자들도 믿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계약 상대방과의 비밀유지조항 때문이라고 설명해도 의심의 눈초리는 가시지 않겠지요. 수치가 바로 팩트이며 뉴스 밸류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정부 용역 연구소들이 ‘OOOO 유치로 인한 경제효과’라며 말도 안되는 수치를 만들어 제시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수치 없는 현상이란 ‘소리 없는 아우성’ , ‘찬란한 슬픔의 봄’과 다를 바 없습니다.

4

 수치를 넣어주세요. 제발 뭐라도…

 

  1. 과도한 부사, 접속사, 감탄사 남발

일요일 아침 느슨해진 주말에 색다른 긴장감을 선사하는 M방송의 장수 프로그램 ‘서프라이즈’. 서프라이즈를 보는 재미 중 하나는 정말 예상치 못했던 순간(?)에 까만 화면과 함께 튀어나오는 세 글자 ‘그런데’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그런데’가 1분마다 튀어 나온다면 어떨까요? 보도자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를 비롯해 그래서, 그리고, 한편, 또, 왜냐하면 등의 접속사 또는 양념으로 들어가는 부사어, 감탄사 등을 남발하면 문장이 늘어지면서 비문이 되고, 긴장감도 떨어집니다. 한국어를 읽을 줄 아는 독자라면 양념이 없는 국물만으로도 진국인지 아닌 지 구별할 줄 압니다.

5

 보기만 해도 심쿵한 이 장면!

 

  1. 재미없이 밋밋한 제목

기자는 하루 수백통의 메일을 받습니다. 대부분 보도자료라 할 것인데, 이 수 백통의 보도자료 메일 중 클릭의 부름을 받는 메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설사 클릭으로 소환됐다 하더라도 메일 본문은 물론, 첨부파일까지 친히 열어 열람하는 기자는 더더욱 소수입니다. 내용이 아무리 꿀잼이라 하더라도 제목이 학부생 리포트 같으면 제 뜻 한 번 펴지 못하고 휴지통으로 직행하는 게 현실입니다. 평소 영화, 드라마 많이 보시고 좋은 노래 많이 들으시고, 책도 많이 읽으시기를. 좋은 제목은 평소에 다양한 양질의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접했는가에 달려있습니다.

6

                                         

 앙드레 버나드의 책. “제목은 뭐로하지”의 한국어 표지(모멘토 출판)

 

HeeDong Sohn | Account Director
Weber Shandwick Korea

 

* 웨버샌드윅 코리아 손희동 부장은, 한 때 경제 전문 기자를 지향했으나 기자로는 부가가치 창출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낙담, 보다 쓸모 있는 경제인이 되기 위해 전업. 현재 글로벌PR 회사인 웨버샌드윅 코리아에서 한국어에 가장 능통한 인재로 활약 중이다.

To receive our updates: